배당금의 실체

예전에 배당율 높은 주식들이 참 매력적으로 보였다. 주식이나 주식펀드를 갖고만 있으면 공짜돈이 생긴다는데 당연히 좋은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가끔 이런 질문도 받는다: ‘만약에 은퇴를 해서 돈을 빼기 시작하려면 펀드를 일부 매각하는게 나은지 아니면 배당금이 높은 펀드를 들고 있는게 나은가?’

그 답은 좀 애매하다. 이론적으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배당주와 성장주 자체적으로 수익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실전에서는 동일한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하나의 비유로 설명하면 느낌이 올 수도 있겠다.

만약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갈 때 ‘비행기’로 이동하는게 더 좋을지 ‘기차’로 이동하는게 좋을지 묻는 질문과 비슷하다. 비행기를 타려면 일단 공항에 가야하고, 수속과정 조금 더 복잡하지만 일단 이륙한 후 착륙까지의 시간이 기차보다 훨씬 빠르다. 그러나 부산 공항에서 내린 후 또 목적지까지 이동을 해야한다.  기차의 경우는 도심에서 더 가까운 역에서 기차를 탑승할 수 있고, 수속과정이 더 간편하다. 또한 기차안에서 걸어다닐 수 있고, 경치도 더 좋을 수 있다.  그러면, 어느쪽이 더 좋은가? 그건 이론적으로는 거의 비슷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수단이 좀 다르고 경험도 좀 다르다. 

하여튼 여기서 중요한건 배당금이 ‘공짜돈’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짜돈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늘 가장 쉽게 설명되는 예를 볼 수 있었다. 배당금은 다름이 아니라 주식펀드의 가격에서 약간 덜어내서 제공하는 것이다.

2020년 4월 8일. 오늘 S&P500은 3.41% 올랐다.  S&P500을 tracking하는 펀드중 유명한 ETF는 IVV이고 유명한 MF는 FXAIX이다. 그런데 마감가격을 보면 상당히 달라보인다.

IVV는 예상대로 3.42%정도 올랐는데, FXAIX는 어떻게 된건지 현저하게 낮은 2.85%만 올랐다고 기록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걸까?

답은 배당에 있다. 오늘이 마침 FXAIX의 배당지급일이다. 피델리티에서 FXAIX를 찾아보니 이런 문구가 있다:

A dividend of 0.542 per share, declared on 04/08/2020, will be posted to your account on 04/09/2020.

위에 언급했듯이 이 배당금은 어디 딴데서 나타나는게 아니라 주식펀드에서 약간 덜어내서 지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배당금을 다시 더해서 오늘의 주식가격을 계산해보면?

거의 정확하게 3.43%로 기록된다. Mystery solved!

다시 정리하면:

1. 배당금은 주식펀드에서 빼주는 거지, 어떤 다른 마술적인 잔고에서 등장하는 돈이 아니다.
2. 그렇기 때문에 굳이 배당주가 성장주보다 더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단, 배당주는 꼬박꼬박 부모님에게 용돈 드리는 효자스타일이고, 성장주는 좀 무뚝뚝하지만 나가서 더 멋진 일들을 벌려서 나중에 모아서 효도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오늘 유난히 높은 주식시장의 상승과 FXAIX의 배당지급일이 동시에 일어난 덕분에 좋은 예시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