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9, 2022

캠핑장 놀이터 이야기

집을 멀리 도망쳐 나온 한 아이가 있었다.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아이는 한참을 걷다가 우연히 캠핑장에 붙어 있는 놀이터에 도착했다.

놀이터에는 꽤 많은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주변을 보니 어른들은 보이지 않고 아이들만 놀고 있어 보였다.

놀이터 끝자락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갑자기 축구공이 아이 쪽으로 굴러왔다.

공을 뒤따라 오는 아이를 향해 공을 차주려고 발길질 했는데 헛발질이었다.

공을 쫒아온 아이도 웃음을 터트리고 공을 찬 아이도 웃었다. 미안한 마음에 공을 쫒아가서 손으로 주어서 건네 주었다.

그 사이에 다른 친구들도 몰려와서 같이 놀자며 손짓을 해주었다.

놀이에 임하면서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중간중간에 떠나온 집 생각도 나고

외국에서 온지 별로 되지 않아 말이 안통해서 다른 아이들이 혹시 자기를 놀리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중간중간에 몇 아이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음료수를 손에 들고 다시 오는데

그냥 현실에 적응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아이는 자신이 발 붙일 수 있는 공간에서 

열심히 놀면서 다른 아이들 틈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만으로 감사했다.

그러면서 놀이터에서 어느정도 인지도도 얻고 여러 게임에 동참할 수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서쪽에 지면서 아이들은 한두명씩 놀이터를 둘러싼 나무들 사이로 떠나갔다.

밝을 때는 나무 뒤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차츰 어두워지니 조금씩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저편에는 아늑한 캠핑 사이트와 따듯해 보이는 캠프 파이어들이 있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 모두가 생각없이 노는 것 같았지만

그동안 그들을 위해 저녁식사가 준비되고 있었고

식사 후에는 걱정없이 텐트에 들어가서 잘 준비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이 아이는 패닉의 감정을 느꼈다.

하루종일 다른 아이들 틈에서 잘 어울리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끝에 와서 보니 혼자 준비 안된 상태에서 놀이터에 덩그러니 남은 것이다.

집을 떠나 열심히 활동했지만 날이 어두워진 후 외로움과 당황스러움에 슬피 울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미국에 건너 온지 모르지만

막상 도착해서 통하지 않는 말도 배우고

나름 열심히 활동해서 남들처럼 집도 구하고, 자동차도 굴리면서

어느정도 따라잡는 것 만으로 벅차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할 망정 

이 와중에 은퇴준비를 못하면 슬피 울 수도 있다는 스토리로 시작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은퇴준비에 신중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바로 이야기 속에 나오는 아이와 같습니다.

현실 속에 눈에 보이는 삶을 위한 노력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은퇴준비는 누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세워야만 하는 것이고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만 보이는대로 따라하다가는 뒤늦게 후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퇴준비… 같이 갑시다.

9 thoughts on “캠핑장 놀이터 이야기

  1. 한인이민사회 현실을 돌아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당장 눈 앞에 오늘만, 이번달만, 올해만 볼 것이 아니고.. 정말 긴 호흡을 가지고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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